
별세의 기도
이중표
"주님의 기도를 따라"
교회 북카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책 소개
📖 1. 서론 – 기도의 본질로 초대하는 책
『별세의 기도』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기도문 해설서와는 그 결을 전혀 달리한다. 이 책은 기도에 관한 이론이나 방법론을 소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은 기도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기도를 드린다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존적인 물음을 던진다. 이중표 목사는 이 책을 통해 주기도문이 단지 입술로 암송하거나 예배 때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문장이 아님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 기도는 예수님의 생애 전체이며, 동시에 제자가 따라야 할 순교의 길이라는 것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담담하게 그러나 깊은 울림으로 자신의 고백을 시작한다. 그는 수십 년간 예배의 마지막마다 주기도문을 암송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정말로 이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가?”라는 성령의 음성을 듣는다. 그리고 그 즉시 따라온 내면의 응답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다면 너는 죽어야 한다.” 주기도는 예수께서 가르치신 기도이며, 그분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직접 이루신 기도라는 사실을 그는 새삼스럽게, 그러나 생생한 감동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된 영적 각성의 기록이다. 기도는 단지 무엇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기를 드러내고 죽이는 행위이며,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포기하는 신비의 자리임을 그는 강조한다. 그렇기에 이 기도는 그저 가르치는 기도가 아니라, 제자를 별세(別世)시키기 위한 기도라고 말한다. 별세란 죽음을 뜻하는 것이지만 단순한 생물학적 죽음이 아니다. 그것은 이 세상의 질서와 자기중심성에서 떠나는 것, 다시 말해 자신의 뜻과 욕망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향해 살아가는 완전한 순종을 의미한다.
그는 “주기도를 진심으로 드린다는 것은 곧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향해 걷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주기도문 해석이라기보다, 주기도를 통해 나의 삶이 예수의 삶과 겹쳐지도록 부름받는 영적 여정이다.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곧 자신을 죽이는 사람이며, 그 죽음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명을 덧입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그 길의 시작점이 바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라고 부르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서문적 고백은 곧바로 독자를 한 가지 질문으로 이끈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가? 그 기도가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별세의 기도』는 그 질문 앞에 멈추어 서게 만든다. 기도가 진정한 기도이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자가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 낯설고도 깊은 통찰이 이 책의 서두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흐른다. 이 책은 결국,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 아니라 기도하는 자로 살아가는 길을 가르치는 책이다.
📖 2. 주기도문은 제자도의 요약이다
『별세의 기도』에서 이중표 목사는 주기도문을 단순한 ‘모범 기도’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이 기도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요약한 선언이자, 제자도의 정수로 제시한다. 이는 매우 본질적인 전환이다. 일반적으로 주기도문은 기도교육의 출발점으로 소개되지만, 이 책에서 주기도문은 기도의 완성, 신앙의 궁극, 즉 자기를 죽여 예수와 함께 살아가는 ‘별세의 영성’을 성취하는 길로 해석한다.
저자는 주기도문이 단지 ‘주님의 기도’가 아니라 ‘제자의 기도’임을 강조한다. “이 기도는 제자들의 전 삶을 통하여 이루어야 할 기도입니다.”라는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전제다. 다시 말해, 이 기도는 입술의 고백이 아니라 삶의 방향이고 존재의 형태이다. 저자는 주기도문에 담긴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이 기도가 단지 말로 외우는 ‘주문’이 아님을 거듭 밝힌다. 그는 이 기도를 "하나님을 대면하여 무릎을 꿇고 전존재를 바치며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는, 가장 숭고한 삶의 실현을 위한 기도"라고 표현한다.
이 기도는 기도자에게 신앙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결단을 요구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요청하는 기도’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내가 따라가는 기도’로의 전환이다. 이 기도 안에는 하나님께 향한 예배, 나라를 향한 헌신, 하나님의 뜻을 향한 복종, 그리고 생존을 위한 의탁, 관계의 회복, 시험과 악으로부터의 보호를 간구하는 삶의 전영역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주기도문은 하나님 중심의 신앙, 공동체 중심의 구원관, 그리고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제자도의 구성요소들로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 기도를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적 구조로도 해석하며, 또한 시간의 흐름—과거의 죄, 현재의 양식, 미래의 시험—속에서 기도가 어떻게 삶 전체를 포괄하는지를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는 주기도문을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삶의 전체, 존재의 기초, 믿음의 구조를 총망라한 영적 선언문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선언은 반드시 제자들의 삶 속에서 피 흘리는 순종과 구체적인 자기 부인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이 기도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간구가 곧 십자가 위에서 이루어진 예수의 죽음과 일치한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주기도문을 진심으로 기도하는 자는, 자기 삶 속에서도 그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야 하며,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결단을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별세’의 본질이며, 그 별세의 기도가 주기도문 전체에 스며 있는 참된 의미라는 것이 저자의 고백이다.
결국 이중표 목사는, 이 기도를 통해 제자들이 예수의 삶을 닮고, 그 길을 따르며, 마침내 예수처럼 죽음에 이르는 제자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담담하면서도 결연하게 전한다. 이 기도는 하나님의 뜻을 자신의 삶에 받아들이고, 공동체 안에서 ‘우리 아버지’를 고백하며, 자기를 버리고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는 자로 살아가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별세의 기도』는 기도의 형식이나 규칙을 말하지 않는다. 기도를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그에 응답하며 살아낸 한 사람의 신앙 여정을 증언하는 책이다.
📖 3. 주기도는 예수의 생애를 압축한 기도이다
『별세의 기도』의 가장 탁월한 통찰은 바로 주기도문을 예수 그리스도의 전 생애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이중표 목사는 각 구절을 해석할 때마다, 단순한 신학적 설명을 넘어 그 말씀들이 예수님이 실제로 사셨던 삶, 고난, 죽음, 승리의 모든 여정을 드러내는 언어라고 강조한다. 즉, 이 기도는 예수님의 교훈이나 명령이 아니라, 예수님 자신의 인생이요 십자가의 길을 압축해 담은 고백이라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오셨고, 그 이름을 위하여 십자가에서 죽으셨으며,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죽으셨고,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시려 십자가에서 죽으셨습니다.” 이 대목은 곧,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에서 시작된 기도가 ‘나라가 임하옵시며’, ‘뜻이 이루어지이다’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예수의 전 인생을 품은 기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주기도문을 구성하는 각 간구가 예수의 삶과 죽음 속에서 어떻게 성취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예를 들어,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며’라는 기도는 단지 생존을 위한 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떡”으로 오셨음을 드러내는 고백이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그 살과 피를 찢어 주심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다. 이 기도는 곧, “예수의 생명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로 우리 자신을 인정하고 그 삶을 따르겠다는 제자의 서약”과 같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는 간구 또한 마찬가지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직접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눅 23:34)라고 기도하셨다. 자신을 죽이는 원수들을 위해 중보하며, 죽음의 자리에서 용서를 선언하신 분이 바로 이 기도를 가르치신 예수님이시다. 따라서 이 기도는, 예수님의 용서처럼 우리도 우리의 적을 용서하겠다는 결단, 그리고 그러한 은혜를 하나님께 먼저 받아야 한다는 절박한 회개의 요청을 동시에 담고 있다.
또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악에서 구하옵소서’라는 구절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사탄의 시험을 이기신 사건,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땀 흘려 기도하신 장면,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완전한 순종으로 마침내 사망과 악의 권세를 깨뜨리신 그 여정을 모두 포함한다. 이 기도는 곧 예수의 시험, 예수의 고통, 예수의 승리를 자신의 삶 속에서 반복하겠다는 결단의 고백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도는 단지 신앙적인 이상을 말하는 선언이 아니라, 예수의 삶을 본받아 걷겠다는 살아 있는 다짐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드린 기도처럼, 이 기도를 진실로 드리는 자는 기도의 자리에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뜻을 꺾고,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위해 자신을 들이는 사람이다. 이 기도는 감정을 북돋우는 기도의 언어가 아니라, 한 사람의 전 존재를 하나님 앞에 제물로 드리는 살아 있는 신앙의 응답이다.
이중표 목사는 이 기도를 단 한 줄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각 문장이 예수님의 생애라는 광맥 속에서 파내려진 성령의 언어이며, 제자가 따라야 할 고백의 지표임을 강조한다. 그는 말한다. “예수님은 이 기도를 가르쳐 주시고 자기 죽음으로 이 기도를 이루셨습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는 예수의 생애를 닮고, 예수의 죽음을 함께 죽고, 예수의 부활을 함께 살아내는 자만이 드릴 수 있는 기도이다.
이 기도는 인간이 하나님께 무엇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을 불러 하나님의 형상으로 빚으시고, 그 형상을 따라 살도록 하시는 ‘하늘의 소환장’과도 같다. 우리는 이 기도를 통하여 날마다 예수님을 닮고, 예수님과 함께 죽고, 예수님과 함께 살아가는 거룩한 여정에 초대받는다. 이 기도는 결국, 주님의 생애를 압축한 위대한 순교자의 기도이며, 그 기도를 드리는 순간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는 제자도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 추천의 글 - 이 기도를 살아낸다는 것
『별세의 기도』는 한 권의 기도문 해설서를 가장한 제자도 실천서이자 영적 유서다. 이중표 목사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기도를 말하고, 얼마나 가볍게 주기도문을 암송하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이 기도는 결코 가벼운 말이 아니다. 이 기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 흘리며 살아내신 인생의 기도이며, 우리 모두를 그 삶으로 부르시는 하늘의 부르심이다.
기도란 하나님 앞에서 무언가를 얻는 수단이 아니라, 자기를 십자가에 내어놓는 헌신의 자리다. 그 자리에서 사람은 자신을 부인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죽으며,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별세의 존재’로 변모한다. 이 책은 바로 그 변화를 일으키는 기도, 기도하는 자가 자신을 잃고 예수의 형상을 닮아가는 ‘죽음의 기도’를 가르친다. 주기도문은 우리가 예수님처럼 죽기 위하여 드리는 기도이며, 그러므로 진정으로 기도하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나의 삶이 아닌 그리스도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신학적 논변보다 깊은 체험의 신학으로 독자를 설득한다. 이중표 목사는 오랜 세월 주기도문을 암송하며 기도했지만, 그 기도가 응답된다는 것이 곧 ‘죽음으로의 동행’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는 매 기도마다 주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리는 은혜를 체험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 체험이 바로 이 기도의 실체이자 별세의 신비임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별세의 기도』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정말 이 기도를 드리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도 예수처럼 죽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자신의 뜻을 꺾고, 욕망을 버리고, 세상을 향한 소유와 승리를 포기하고, 하나님의 나라와 뜻, 그리고 타인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삶이 아니고서는 이 기도는 기도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게 직면하게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기도의 본질을 되묻는다. 이 기도는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지만, 그 의미를 깨닫고 응답을 바라는 자는 반드시 ‘죽는 길’로 부름받는다. 죽음 없는 기도는 공허한 주문일 뿐이다. 그러나 이 기도를 통해 자기를 내려놓고, 주님을 따라 십자가로 나아가는 이들에게는 가장 고상한 인격, 가장 위대한 순종, 가장 행복한 삶이 열리게 될 것이다.
『별세의 기도』는 단순한 주석이나 묵상이 아니라, 삶을 거는 기도문 해설이며, 예수를 따르는 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영적 유언이다. 이 기도는 머리로 해석되지 않는다. 무릎 꿇고, 피 흘리며, 날마다 자기를 죽이는 자들만이 이 기도의 깊이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말미에 이르러 더욱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도전한다. “이 기도를 정말 드리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오늘, 당신의 뜻을 내려놓고 그분을 따르라.”